기우치 다카히데 와세다대 경제학과, 노무라증권 금융경제연구소 경제조사부장, 일본은행 정책위원회 심의위원
기우치 다카히데
와세다대 경제학과, 노무라증권 금융경제연구소 경제조사부장, 일본은행 정책위원회 심의위원

“세계 경제는 2019년 하반기부터 2020년에 걸쳐 상승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기우치 다카히데(木内登英)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 전망을 묻는 말에 “올해부터 세계 경제가 단기 하향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이 같은 경기 하향세가 본격적인 세계 경제 후퇴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긴 힘들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각국 정부의 정책 실패로 세계 경제가 후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며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와 일본 국채 시장의 외부 충격 가능성을 세계 경제의 주된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기우치 다카히데 이코노미스트는 2007년부터 노무라증권 경제조사부장으로 일했으며, 2012년부터 5년간 일본은행 정책위원회 심의위원을 지냈다. 일본은행 정책위원회 심의위원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에 해당한다. 이후 노무라종합연구소로 돌아와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재임 중이다. 일본에서 거시경제 전문가로 손꼽히는 그를 ‘이코노미조선’이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올해 일본 경제를 무역·지정학·금융·산업의 측면에서 전망해달라.
“올해 일본 경제 최대의 위협은 수출 악화다. 그동안 일본 경제 성장을 견인했던 수출이 올해는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일본의 대(對)아시아·유럽 수출 성장세가 둔화됐다. 올해 하반기 미국 경기 둔화로 대미 수출도 여의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미·일 무역협상으로 인해 대미 자동차 수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지정학적 측면에서 글로벌 유가 변동이 일본 경제의 가장 큰 변수다. 유가가 상승하면 일본 경제는 타격을 입는다. 다만 세계 경기 둔화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산유국에 대한 유가 상승 견제로 올해 글로벌 유가는 하락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올해 유가 하락으로 개인 소비는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은행(BOJ)은 금융 정책 정상화(양적완화 축소)를 위해 국채 매입과 보유 채권의 평균 잔존 기간을 줄이는 등 사실상의 정상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둔화와 주가 하락으로 일본 지방은행의 경영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일본 자동차 산업은 올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엔화 가치 상승도 자동차 산업에 악영향을 미친다.”

일본은 올해 10월 소비세 증세(기존 8%에서 10%),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다. 아베노믹스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나.
“소비세 증세로 가계 실질소득은 2조엔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정부는 이를 보전하기 위해 소비세 증세에 맞춰 2조엔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의 경제적 효과는 국가총생산(GDP) 대비 1.5%(약 8조엔) 정도로 예상된다. 과거 하계 올림픽의 경제 효과가 평균 GDP 대비 10%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올해 아베 정부는 재정 지출 확대 정책을 펼 가능성이 크다. 수출 환경 악화로 인해 일본 경제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규제 완화 등의 구조 개혁은 더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 경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 경제 침체의 가장 큰 이유는 수출 환경 악화, 특히 대중국 수출 부진이 앞으로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 아닐까. 중국과 그 외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한 IT(정보기술) 관련 부품 수출이 줄어든 영향도 크다. 이것은 일본 경제가 겪은 현상과 똑같다. 일본 경제도 해외 의존도가 높다. 세계 경제가 양호할 때는 통화 가치 하락, 주가 상승을 통해 실물경제에 강한 순풍이 불지만 세계 경제가 둔화세로 돌아서면 경제 여건은 어느 나라보다도 악화되기 쉬워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단기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경제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한·일 양국 모두 잠재성장률을 높임으로써 중장기적인 성장 기대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을 실현할 수 있다면 내수 주도권이 강해져, 해외 경제 환경의 악화에 대한 저항력을 가질 수 있다. 노동 시장을 개혁해 노동 유연성을 높이고, 기업 투자를 유도하고, 외국인 노동력을 활용해야 한다.”

많은 세계 경제학자들이 올해 경제를 비관적으로 전망한다. 당신의 전망은 어떤가.
“2018년 초부터 세계 경제는 성장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설비 과잉 불균형이나 인플레이션과 같은 경기 과열감은 보이지 않는다. 또 세계적으로 만연한 저금리 환경도 지속되고 있다. 세계 경제가 단기 하향 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이것이 본격적인 경기 후퇴로 이어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세계 경제는 2019년 하반기부터 2020년에 걸쳐 상승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정책 실패로 세계 경제가 후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 가장 큰 리스크는 미·중 무역전쟁이다. 일본 국채 시장도 잠재적 리스크 요인이다. 일본은행의 금융 완화 정책으로 국채 대량 매입이 계속됐고, 이 때문에 일본 국채 시장의 유동성은 현저히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국채 시장에 예기치 못한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 일본 금융시장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그로 인해 세계 경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한·중·일 관계가 동북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나. 북한 정세가 미칠 영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중·일 관계는 개선되는 반면 한·일 관계는 악화되고 있다. 한·중·일 관계 변화가 일본 경제에 뚜렷한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다만 중·일 관계 악화에 따른 방일 중국 관광객 감소는 우려할 부분이다.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미·북 관계가 악화되면 미국은 중국의 협력을 얻어내기 위해 중국에 대한 무역 제재를 완화할 수도 있다. 이는 중국 경제와 세계 경제에 플러스가 될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미·중 갈등은 신·구패권국 간 싸움이다. 이는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다. 미·중 무역전쟁은 양쪽 경제에 타격을 주는 소모전이 될 것이고, 향후 더욱 고조될 것이다. 미국이 중국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OECD는 2년 안에 미국과 중국의 GDP가 1.0~1.5%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 2020년까지도 세계 경제가 후퇴 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나는 올해 미·중 관계가 급격히 나빠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올해 미국 경제는 2%대 전반, 중국 경제는 6%대 전반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경제 위기가 닥치면 각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지금 같은 상황에서 세계 경제 위기가 발생하면, 정부가 취할 정책 대안은 많지 않아 보인다. 추가 양적완화로 대응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위기가 닥친다면 각국 정부는 단기적 처방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과거를 교훈 삼아 경제 구조를 개혁해 경제의 잠재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1억엔(약 10억5000만원)의 여유 자금이 있다면 어떤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겠나.
“올해 전 세계적으로 주식, 기업 채권 등 위험 자산 가격이 조정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엔화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환율에 따른 리스크가 큰 신흥국 자산 운용은 피하는 것이 낫다. 일본 국내 안전자산, 예를 들어 예금, 단기국채(상환 기간이 1년 미만인 국채)에 투자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만약 1억엔이 있다면 현금·예금·단기국채에 6500만엔, 주식에 500만엔, 장기국채에 1500만엔, 해외 주식에 500만엔, 선진국 해외 채권에 1000만엔을 분산 투자할 것이다.”

김명지 기자, 이정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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