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철 서울대 경영학과,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미시간주립대 석·박사(텔레커뮤니케이션), SK 팀장, 서울시 정보시스템 담당관 /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미디어관에서 김성철 교수가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 교수는 “휴대전화만 있으면 누구나 전 세계에 자신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며 “기존 미디어기업들도 콘텐츠 소비자들의 개별적인 취향과 기호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김성철
서울대 경영학과,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미시간주립대 석·박사(텔레커뮤니케이션), SK 팀장, 서울시 정보시스템 담당관 /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미디어관에서 김성철 교수가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 교수는 “휴대전화만 있으면 누구나 전 세계에 자신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며 “기존 미디어기업들도 콘텐츠 소비자들의 개별적인 취향과 기호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넷플릭스는 전 세계 1억명 이상의 시청자를 분석해 큐레이션(개인별 맞춤형 추천)을 합니다. 이렇게 소비자들이 원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데 국내 기업들이 경쟁이 되겠어요? 이제는 미디어 콘텐츠를 만드는 기업들은 매스(Mass·취향이나 기호가 같은 대중)가 있다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매스는 없어요.”

11월 30일 오전 서울 안암동 고려대 연구실에서 만난 김성철 미디어학부 교수는 콘텐츠 소비자들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모두가 같은 취향이나 기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며 있지도 않은 무차별적인 대중(매스)을 상대로 ‘장사’하고 있는 국내 미디어 기업들을 질타했다.

그는 거미줄을 쳐놓고 언젠가는 소비자들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기업들을 ‘스파이더맨’이라고 비유하며 “이제 더 이상 스파이더맨의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교수는 “박쥐처럼 소비자가 어디에 있고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강력한 초음파를 쏴서 알아내고 그들이 있는 곳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빠르게 전달하는 배트맨이 돼라”고 조언했다.


미디어 콘텐츠 산업에서 큐레이션이란 무엇인가.
“큐레이션은 개인별로 원하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결국 큐레이션을 해야 한다는 것은 매스미디어의 시대가 지나갔다는 것을 뜻한다. 매스라는 것은 대중은 (기호나 취향 등이) 동일하다고 가정하고 이들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방송사 프로듀서(PD)든 기자든 콘텐츠 제작자들이 모든 사람을 타깃으로 하나의 상품을 만들어서 전달했다. 이것은 마치 하나의 모델로 자동차를 만들어 모든 사람에게 팔려고 했던 것과 같다. 자동차가 연비나 크기 등이 다양하듯 다른 산업에서는 매스마켓이라는 것이 없는데 유독 콘텐츠를 제공하는 미디어산업은 이런 환상에 젖어있었다. 분화된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제공되는 큐레이션 기술로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뉴스, 방송드라마, 동영상과 웹툰을 소비하게 됐다.”

콘텐츠 제작과정에서 큐레이션은 언제부터 해야 하나.
“큐레이션의 개념은 단지 마지막에 콘텐츠를 배열하는 게 아니다. 음식장사를 예로 들어보자. 식당을 한다고 하면 마지막에 상을 차려주는 것만이 아니라 어떤 식자재를 구입할지, 어떤 메뉴를 정할지부터가 큐레이션이다. 넷플릭스의 ‘하우스오브카드(넷플릭스가 투자해 제작한 정치드라마)’가 성공한 원인은 넷플릭스가 가지고 있는 수만 개의 영화를 신(scene)별로 분석해서 어떤 음악이 나올 때, 어떤 장소에 갈 때, 어떤 배우가 나올 때, 어떤 대사를 할 때 사람들이 반응한다는 것을 계산해서 스크립트(대본)를 쓰고 제작했기 때문이다. 콘텐츠 기획과 생산도 지능화된 형태로 가고 있다. 큰 범위에서 큐레이션은 어떤 콘텐츠를 어떤 소비자에게 제공할지를 압축하고 분석하는 과정이다.”

동영상 플랫폼에서 국내 기업들이 외국 기업들보다 큐레이션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핵심은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고 가공해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인데 여기서 우리 경쟁력이 떨어진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아마존 같은 기업들은 전 세계 수억 명의 데이터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콘텐츠 소비자들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고 있지만 집계할 수 있는 소비자 수가 크게 부족하다. 투입되는 데이터 재료 자체가 적기 때문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큐레이션과 콘텐츠 선별을 한다고 해도 경쟁이 안 되는 것이다. 1억명이 넘는 데이터가 들어가는 것과 수십만명의 데이터가 들어가는 것을 비교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유튜브나 넷플릭스는 어떻게 그렇게 많은 콘텐츠 소비자를 모았을까.
“소비자들을 모으려면 좋은 콘텐츠가 많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업과 사람들에게 상생의 수익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 ‘나와 제휴했을 때 먹고살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다. 유튜브는 2007년 ‘파트너 프로그램’을 만들어 광고수익의 절반을 콘텐츠 제공자와 공식적으로 공유한다.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외주기업에 국내 방송사가 주는 제작비의 4배를 준다. (우리의 거대 방송사들처럼) 야간이나 주말에 일을 시키고 제작비를 깎는 ‘갑질’을 하지 않고 함께 사는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한 것이다. 당신이 영상 제작을 한다면 어디하고 일하겠나?”

국내 기업들이 어떤 콘텐츠를 제작해야 살아남을 수 있나.
“예를 들어 예전에는 거미줄을 쳐놓고 ‘우리가 이렇게 (콘텐츠를) 잘 만들어 놨으니 (소비자들이) 거미줄에 잘 걸려라’라는 식의 사업구조였다. 지금은 거미줄로 장사를 해서는 아무도 안 온다. 박쥐가 돼야 한다. 박쥐는 먹이가 있는 곳을 파악하기 위해 초음파를 쏴서 위치를 잡은 다음 타격을 한다. 콘텐츠 소비자가 어디에 있는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아서 타격하는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큐레이션 기법을 활용해서 내 팬(콘텐츠 소비자)이 원하는 콘텐츠는 확실하게 살리고, 아닌 것은 철저하게 걸러내는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 그리고 지속적인 콘텐츠 소비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하라. 팬클럽 비즈니스다. 스파이더맨 식이 아니고 배트맨 식으로 바꿔야 한다.”

콘텐츠 개발과 큐레이션 부문에서 유튜브를 활용한 1인 창작자(크리에이터)와 이들을 도와주는 기획사인 멀티채널네트워크(MCN)가 늘고 있다. 앞으로도 이들이 차지하는 콘텐츠 산업 비중이 커지나.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 제작은 초기단계다. 크리에이터들이 당연히 더 늘어나게 될 것이고, 사람들은 전통적인 미디어의 콘텐츠보다 1인 창작자들이 만드는 콘텐츠를 즐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중간에 크리에이터들의 제작과 광고협찬 등을 지원하는 MCN도 확산될 것이다. 예전에는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분이 있었고 생산자만이 갖고 있던 특권이 있었다. 주류 매체에 취직을 해야 세상에 대한 글을 쓰고 발언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나 휴대전화 하나만 있으면 전 세계에 자신의 메시지(콘텐츠)를 전할 수 있는 세상이다. (미디어와 콘텐츠의) 생태계가 변했다.”

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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