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는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서 사용자 1억8000만 명을 보유한 1위 사업자다. 사진 블룸버그
스포티파이는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서 사용자 1억8000만 명을 보유한 1위 사업자다. 사진 블룸버그

최근 음악 시장의 주요 소비 형태는 음원을 기기에 내려받지 않고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스트리밍’이다. 음악 스트리밍 시장의 주도권은 사용자에게 맞춤형 음악 추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큐레이션’ 기술력을 지닌 사업자가 쥐고 있다.

유럽, 북미, 중남미, 아시아, 중동 지역의 76개국에 진출한 ‘스포티파이(Spotify)’가 스트리밍 업계 1위 사업자다. 지난 2008년 20대 청년 다니엘 에크와 마틴 로렌손이 광고 수익으로 음악 창작자에게 대가를 지급하고, 사용자는 음악을 무료로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스웨덴에서 이 회사를 창업했다.

올 4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스포티파이의 12월 5일 기준 시가총액은 243억6000만달러(약 27조1248억원)다. 올해 6월 말 기준 스포티파이로 음악을 듣는 사람은 1억8000만 명, 이 중 매달 9.99달러(약 1만1000원)를 내는 유료 가입자는 8300만 명이다. 2위 애플뮤직의 사용자 수 5600만 명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스포티파이가 애플, 구글, 아마존 등 정보기술(IT) 공룡 후발 주자들을 제치고 글로벌 1위 음악 스트리밍 사업자로 도약한 비결은 정교한 큐레이션이다. 스포티파이가 추천하는 음악은 사용자의 취향에 꼭 맞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포티파이는 창고에 쌓인 재고처럼 방치된 음원 3000만 개 중 주제에 맞게 음악을 골라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재생 목록(play list)을 만들어낸다.

스포티파이는 재생 목록을 만들 때 자주 듣는 노래의 가수, 장르, 길이 등 곡에 대한 정보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1차로 거른다. 그다음 스포티파이에 고용된 DJ들이 1차 결과물을 다듬어 완성된 재생 목록을 사용자에게 공급한다.

사용자들 사이에서 ‘헤어진 애인이 만든 것 같다(그만큼 본인의 취향을 잘 안다는 의미)’ ‘나보다 내 취향을 더 잘 아는 것 같다’ 등의 평가가 나온다. 음악 추천 서비스는 스포티파이가 충성 고객을 유지할 수 있는 무기다.


끊임없는 기술 투자

스포티파이가 사용자 맞춤형 음악 추천 서비스의 만족도를 높인 비결은 끊임없는 기술 투자다.

스포티파이는 방대한 데이터를 조합하는 기술을 가진 인력을 고용하고 관련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이런 행보는 스포티파이의 큐레이션 사업 모델을 따라 하는 후발 주자들과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서다. 스포티파이가 다른 회사에 비해 비교 우위가 있는 맞춤형 큐레이션의 품질을 끌어올려야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티파이는 더욱 정교한 음악 추천 서비스를 만드는 방법으로 AI 기술의 고도화를 선택했다. 이를 위해 딥러닝(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학습하는 AI) 기술을 보유한 회사를 꾸준히 인수했다. M&A를 통한 기술력 보완 작업은 음악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투니고’를 사들인 2013년부터 시작됐다.

이후 스포티파이는 2014년 ‘에코 네스트’라는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이 회사는 음의 높낮이와 박자 등 다양한 음악의 유사성을 분간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렇게 분석한 음악 데이터를 바탕으로 노래와 이를 창작한 가수에 대한 온라인상의 평가 등도 조합해 최적의 음악을 추천한다. 스포티파이는 이 같은 에코 네스트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가 들었던 A라는 곡을 통해 그가 좋아할 만한 곡 B를 찾아주는 AI 시스템을 구축했다.

스포티파이는 이 회사를 인수하고 나서 매주 월요일에 고객의 음악 청취 행태를 분석해 좋아할 만한 맞춤 재생 목록을 제공하는 ‘디스커버리 위클리(discovery weekly·이번 주의 발견)’라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스포티파이가 좋은 반응을 얻자, 2014년 애플이 ‘비츠’를 인수하며 자사의 음악 재생 플랫폼인 ‘아이튠즈’의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했지만, 시장 반응은 잠잠했다.

스포티파이는 기술력을 고도화할 만한 서비스를 보유한 회사의 인수를 지속했다. △2015년 ‘시드 사이언티픽’이라는 데이터 분석 회사 △2016년 AI로 음원을 분석해 이를 듣는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도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음악을 추천하는 기술을 보유한 ‘닐랜드’ △2017년 친구들이 추천한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회사인 ‘마이티TV’까지 인수했다. 날씨에 맞는 음악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상 정보 업체 아큐웨더와 제휴했다.

스포티파이가 연구·개발에 들이는 비용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17년엔 연구·개발비로 3억9600만유로(약 5200억원)를 썼다. 전체 매출의 약 10% 수준이며, 전년(2016년) 대비 90% 늘어났다.

스포티파이는 올 8월엔 삼성전자와 제휴했다. 스마트폰, PC뿐 아니라 스마트TV, AI 스피커 등 삼성전자에서 만드는 모든 인터넷 기반 기기로 스포티파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지수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무는 갤럭시노트9 공개 행사에서 스포티파이와 협업해 얻을 수 있는 장점으로 ‘끊김 없는 음악 재생’을 꼽았다. 가령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다가 스마트TV로 스포티파이에 접속하면 듣던 곡을 이어서 재생해주는 식이다.


plus point

적자 탈출 위해 ‘유통업자’ 건너 뛴다
넷플릭스처럼 자체 콘텐츠 만든 스포티파이

스포티파이는 올 9월부터 창작자(가수 또는 작사·작곡가)에게 음원을 직접 받아 유통하는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다. 연예기획사를 건너뛰고 창작자에게 직접 받은 음원을 자사 플랫폼을 통해 유통시킨다는 전략이다. 대형 마트에서 PB(Private Brand·자체 제작) 상품을 제작해 판매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영화·드라마 스트리밍 서비스 1위 사업자인 ‘넷플릭스’가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는 것처럼, 스포티파이도 연예기획사를 통하지 않고 콘텐츠를 공급하는 실험에 나선 것이다.

지금까지는 창작자가 음원을 발매하려면 연예기획사와 계약하고 음원 제작, 마케팅, 유통등의 과정을 맡겨야 했다. 스포티파이는 이런 중간 마진을 없애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셈이다.

스포티파이는 창작자가 음원을 올리면 간단한 검증을 하고 유통시킨다. 검증은 저작권을 어겼거나 혐오성 메시지가 담겼는지 확인하고 걸러내기 위한 절차다.

이 과정을 통과하면 가수는 음원을 내고 싶은 날짜를 정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스포티파이는 그 날짜에 맞춰 음악을 유통시킨다. 음원 수익은 스포티파이와 창작자가 50%씩 나눠 갖는다. 창작자는 연예기획사와 작업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스포티파이는 창작자가 음원을 내면 해당 곡을 사용자들이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정보를 준다. 그 노래를 자주 듣는 성별이나 연령대, 지역 등을 가수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이는 가수가 후속 곡을 만들 때 좀 더 대중의 취향을 반영한 노래를 만들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의 서비스다. 가수가 다음에 만들 노래의 흥행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는 도구인 셈이다.

이런 스포티파이의 시도는 광고와 유료 구독 외의 수익을 내기 위한 것이다. 스포티파이는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스포티파이의 매출은 지난해 41억유로(약 5조1200억원)로 두 자릿수로 성장했지만, 같은 기간 3억2400만유로(약 412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스포티파이는 매출의 79%를 창작자와 연예기획사 등 저작권자에게 사용료로 지급한다. 음원이 더 많이 재생되면 매출이 늘어남과 동시에 비용도 늘어나는 구조다.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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