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맞춤형 큐레이션 기술과 독보적인 오리지널 콘텐츠, 편리한 사용자 환경으로 글로벌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을 석권한 넷플릭스. 사진 블룸버그
개인 맞춤형 큐레이션 기술과 독보적인 오리지널 콘텐츠, 편리한 사용자 환경으로 글로벌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을 석권한 넷플릭스. 사진 블룸버그

직장인 강예영(27)씨는 최근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에 푹 빠졌다. 천재 한 명과 그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8명의 공범이 스페인 조폐국에서 인질극까지 불사하며 막대한 돈을 훔치는 범죄 스릴러물이다. 국내에선 다소 생소한 이 드라마를 강씨에게 추천해 준 이는 누구일까. 가족도 친구도 아닌 ‘넷플릭스’다. 강씨는 “범죄물이나 학원 로맨스물을 좋아하는 내 취향을 넷플릭스는 정확히 알고 있다”며 놀라워했다. 강씨의 아이디로 넷플릭스에 접속하니 세 여인의 강도극을 그린 미국 범죄 스릴러 드라마 ‘굿 걸스’, 10대 소녀의 미인대회 도전기를 그린 미국 하이틴 코믹 드라마 ‘채울 수 없는’ 등이 추천 목록에 떠 있었다.

1998년 온라인 DVD 대여 업체로 시작했던 넷플릭스는 전 세계 1억30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났다. 2002년 기업공개(IPO) 당시 1억5300만달러(약 1716억원)에 불과했던 넷플릭스 매출은 지난해 116억9300만달러(13조1137억원)로 76배 이상 늘었다. 강씨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넷플릭스의 가파른 성장세는 영상 콘텐츠 홍수 속에서 사용자 개인의 취향에 맞는 영상을 골라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기술 덕분이다. 현재 넷플릭스 전체 영상 시청의 80%는 사용자가 직접 고른 영상이 아닌 넷플릭스가 추천해준 영상이다.

넷플릭스의 개인 맞춤형 큐레이션 기술은 연간 1조원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카를로스 고메즈 유리베 전 넷플릭스 제품혁신담당 부사장은 “개인화와 추천 시스템의 결합으로 넷플릭스는 연간 10억달러(약 1조1200억원)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며 “이 기술이 사용자가 넷플릭스를 해지하지 않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조사에 따르면, 사용자들은 넷플릭스에 접속한 뒤 2쪽에 걸쳐 최대 20개의 영상을 훑어본다. 이에 소요되는 시간은 60~90초. 이 사이에 관심 있는 영상을 찾지 못한다면 넷플릭스 서비스를 포기할 가능성이 커진다. 넷플릭스는 90초 이내에 사용자의 마음에 쏙 드는 영상을 찾아 제시해야 하는데, 개인 맞춤형 큐레이션 기술이 이를 가능케 한다.


만족도 80%, 개인 맞춤형 큐레이션 덕분

토드 옐린 넷플릭스 제품혁신담당 부사장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큐레이션 엔진 ‘시네 매치’는 빅데이터·태그(꼬리표)·알고리즘 등 세 개의 축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큐레이션의 가장 기초 자료인 빅데이터는 사용자의 행동에서 취합된다. 넷플릭스의 아이디는 1억3000만 개이지만, 사용자 프로필 기준으로 집계하면 총 2억5000만 명이 넷플릭스를 사용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구독 서비스 등급에 따라 최대 4명까지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데, 이 4명이 각각 다른 프로필을 설정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이 2억5000만 명이 어떤 장르의 영상을 즐겨 보는지, 몇 시에 어떤 영상을 보고 있는지, 만약 중간에 껐다면 어떤 장면에서 껐는지 등 굉장히 세밀한 데이터를 추출해낸다.

데이터 수집을 컴퓨터가 한다면, 영상마다 태그를 다는 작업은 인간의 섬세한 손길이 담당한다. 넷플릭스로 신작이 입고되면 수십 명의 콘텐츠 담당자가 일일이 감상한 후 영화와 관련된 모든 태그를 아주 자세히 입력한다. 태그 작업이 완료되면 컴퓨터는 다른 영화와 비교 분석해 기존 카테고리에 포함시키거나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든다. 예를 들면 ‘체제에 투쟁하는 감동적인 다큐멘터리’ ‘1980년대 외국 악마 이야기’ 같은 식이다. 넷플릭스에는 이 같은 카테고리가 7만6000여 개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고리즘은 이렇게 만들어진 카테고리와 빅데이터를 결합해 사용자 개인에게 맞는 추천 영상을 추출해 낸다.

넷플릭스 사용자 만족도가 80%를 넘는다는 결과는 이 같은 정교한 개인 추천 시스템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사용자들은 단순히 하나의 취향이 아닌 여러 개의 취향을 가지고 있다. 넷플릭스의 추천 시스템이 사용자의 수많은 취향을 완벽히 충족시키지는 않지만, 머신러닝을 통해 조금씩 완벽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영상의 홍수 속에서 헤매야 하는 ‘시간’을 줄여주는 것 역시 사용자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요인이다.


자체 제작 콘텐츠까지 성공

넷플릭스의 콘텐츠 시장 지배력은 앞으로 더욱 강력해질 수밖에 없다. 데이터 분석 역량을 통해 사용자의 영상 수요를 예측할 수 있고, 이는 ‘성공할 수밖에 없는’ 콘텐츠 제작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2012년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해 직접 콘텐츠를 만들거나, 잘 만들어진 콘텐츠를 독점 공급하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이 같은 행보는 사람들이 넷플릭스를 찾을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실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성공률은 80% 수준으로, 기존 TV 프로그램 성공률 30~40%의 두 배 이상이다.

2013년 넷플릭스가 제작한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가 대표 사례다. 정치 드라마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고정관념 때문에 대부분의 방송사가 파일럿 한 편을 제작하는 것도 망설이던 상황이었다. 넷플릭스는 달랐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CCO)는 넷플릭스 사용자에게서 수집한 개인별 시청 습관 데이터에 집중했다. 많은 사용자들이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제작한 작품과 배우 케빈 스페이시가 출연한 작품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방송사 편성 없이 넷플릭스에서 바로 공개해도 좋다는 결정을 내렸다.

넷플릭스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파일럿 방송을 내보낸 뒤 반응이 좋을 경우 반 시즌, 혹은 한 시즌을 제작하는 기존 방식을 탈피했다. 대신 전체 에피소드 26편, 즉 두 시즌을 한 번에 제작할 수 있는 1억달러(약 1122억원)를 제작 전에 투자하기로 했다. ‘하우스 오브 카드’의 성공을 확신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넷플릭스는 ‘하우스 오브 카드’ 공개 이후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한분기 만에 300만 명이 새로 가입했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점점 더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다. 올해만 80억달러(약 8조9720억원)를 들여 약 700여 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했다.


plus point

인터넷 연결 나빠져도 안끊기는 게 경쟁력

편리한 사용자 환경 역시 넷플릭스의 성공 요인이다. 넷플릭스는 사용자가 원하는 영상을 추천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사용자가 더욱 편리하게 영상을 감상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한다.

대표적 사례가 ‘어댑티브 스트리밍(adaptive streaming)’ 서비스다. 넷플릭스에서 영상을 재생하면 처음엔 화질이 좋지 않다. 그러다 시간이 조금 흐르면 화질이 저절로 좋아진다. 어댑티브 스트리밍이란 이처럼 일단 저화질로 콘텐츠를 시작한 뒤, 차츰 사용자의 기기와 통신 환경에 맞춰 화질을 조절해 스트리밍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는 영상 로딩 시간이 길어질 경우 이탈하는 사용자를 잡기 위해서다. 반대로 영상 시청 도중 인터넷 연결 상태가 나빠질 경우 어댑티브 스트리밍 기술은 사용자가 끊김 없이 영상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영상 화질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다.

뛰어난 ‘재시작’ 포인트 기억력도 넷플릭스의 자랑이다. 넷플릭스는 영상을 재생할 때 실시간으로 사용자의 영상 시청 마지막 기록을 갱신한다. 컴퓨터가 갑자기 종료된다고 해도 넷플릭스를 다시 켜면 영상을 본 마지막 시점부터 정확히 재시작되는 식이다. 사용자들이 컴퓨터, 휴대전화, 태블릿PC 등 여러 기기에서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점을 고려해 기기를 바꿔 접속해도 다른 기기에서 보던 지점부터 이어서 볼 수 있다. 콘텐츠를 수월하게 이어 보는 기술은 중요하다. 특히 러닝타임이 긴 영상 콘텐츠는 더욱 그렇다. 사용자가 그 콘텐츠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볼 확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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