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수잔 보이치키 유튜브 최고경영자(CEO)가 새로 도입한 ‘유튜브TV’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지난해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수잔 보이치키 유튜브 최고경영자(CEO)가 새로 도입한 ‘유튜브TV’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보다시피 식당을 해서 꼬질꼬질해요.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래서 시장 갈 때나 치과 갈 때나 무조건 막 (화장품을) 바르고 다녀요. 한번 따라 해보세요. 보면서 흉은 보지 말고.”

지난해 3월 7일 경기도 용인 포곡읍에서 식당을 하는 박막례(71)씨는 자신의 화장법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이 영상은 235만명이 시청했고 박씨는 유튜브 스타 ‘박막례 할머니’가 됐다. 박씨의 영상이 주기적으로 올라오는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는 사람은 50만명이 넘는다. 세계 23개국에서 출판되는 유명 패션잡지 ‘보그’가 그를 소개하기도 했고 미국 유튜브 본사는 지난 5월 박씨를 초청했다.

2007년 10월 7일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도시 스트랫퍼드의 한 건물 계단 앞에 더벅머리 금발 소년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고 있었다. 당시 13세의 소년은 붉은색 긴소매 티셔츠를 입고 앞쪽에는 사람들이 동전을 던져줄 수 있도록 기타 케이스를 펼쳐 놨다. 약간은 추워 보이는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였지만 주변에 모여든 사람은 별로 없었다.

이때 지나가던 한 사람이 열창하는 소년의 모습이 신기했는지 동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렸고 이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소년의 인생이 바뀌었다. 돈이 없어 디즈니랜드에 갈 돈을 모으기 위해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던 소년(저스틴 비버)은 세계적 스타가 됐고 지난해에만 8300만달러(약 1050억원)의 돈을 벌었다.

경기도에서 식당을 하는 할머니가 ‘보그’의 주목을 받게 하고 푼돈을 구하기 위해 거리에서 노래하던 소년을 한 해 수천만달러를 버는 수퍼스타로 만든 플랫폼은 유튜브다. 유튜브가 이런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매달 15억명 이상의 사람들이 유튜브 영상을 보고 듣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네이버 등 주요 인터넷 플랫폼을 제치고 매달 2924만명이 882분간(14.7시간·앱 분석업체 와이즈앱‧2018년 4월 기준) 사용하는 최대 플랫폼이 됐다.

유튜브가 다른 경쟁 회사들을 제치고 세계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 있었던 방법은 다양한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는 영상들을 모으고 이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개인별로 맞춤형 추천(큐레이션)을 하기 때문이다. 유튜브가 어떤 방식으로 콘텐츠 소비자들을 유혹하는지 살펴봤다.


1│없는 게 없는 만물상 ‘유튜브’

유튜브는 15억명이 넘는 소비자들이 매달 들르는 ‘콘텐츠 마트’로 비유할 수 있다. 마트에 사람이 이렇게 많이 몰리기 위해선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내게 필요한 어떤 물건(콘텐츠)이라도 다 있어야 하고 그 물건을 내가 원할 때 언제든지 내 장바구니 속에 넣을 수 있도록 쉽게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유튜브는 이 2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플랫폼이다.

우선 15억명이 각양각색으로 원하는 온갖 콘텐츠가 유튜브 안에 들어 있다. 기존 미디어기업들은 영상이나 음악, 신문‧잡지의 글 등 특정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많은 단계를 거친다. 예를 들어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프로듀서(PD) 등 제작 초기 단계의 콘텐츠 기획자뿐 아니라 콘텐츠 생산을 중간에서 관리하는 관리자와 콘텐츠에 대한 최종 책임을 지는 경영진까지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반영된다. 방송제작에 관여하는 콘텐츠 생산자 그룹이 ‘많은 사람들이 원할 것’이라고 판단한 콘텐츠만이 제작돼 소비자들에게 노출되는 셈이다.

이런 과정들 때문에 방송국에서 제공하는 영상에는 말라게냐(malaguena․스페인 민요)를 기타로 연주하는 법이나 퍼지브라우니(진한 초콜릿 쿠키)를 만드는 법, 레고 조립법이나 iOS(애플의 소프트웨어 운용 체계) 사용법 또는 시골 할머니가 치과에 갈 때 어떻게 화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다. 방송국에서 콘텐츠를 생산할 때 ‘많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대상은 국내 5000만명 중에 TV를 시청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보면 이 시청자들 중 말라게냐 기타 연주법에 관심을 가질 사람은 극소수가 되고 관련 영상은 제작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방송사의 전문가들이 극소수라고 생각하는 ‘말라게냐 연주법’을 알고 싶은 소비자가 세계 60억명의 인구로 시야를 넓히면 소수가 아닐 수 있다. 수십만명이 이 연주법을 알고 싶어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상의 장면을 담은 영상 콘텐츠도 전문가들의 상식을 뒤엎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인 대학생들이 미 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 선수인 야오밍의 유니폼을 입고 미국 팝그룹 ‘백스트리트 보이스’의 노래를 립싱크하는 영상을 구글이 운영했던 ‘구글비디오’에 올렸다. 좋아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대부분의 PD가 제작하기를 꺼릴 이 영상을 본 시청자는 100만명이 넘었다.

이렇게 다양한 취향과 기호를 가진 소비자들은 기존 미디어에서는 외면받았던 자신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욕구를 유튜브 콘텐츠에서 쉽게 충족할 수 있다. 방송사처럼 많은 제작자들이 참여해 콘텐츠를 만드는 생산과정이 아니고 누구나 원하는 영상을 쉽게 올려놓는 곳이 유튜브이기 때문이다.


2│AI가 기호·취향·심리까지 분석

유튜브에 아무리 다양한 콘텐츠가 있더라도 소비자들이 관심 있는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찾을 방법이 없다면 이는 무용지물이다. 마트에 왔는데 내가 원하는 물건을 찾는 데 2~3시간씩 걸리면 이곳을 다시 찾을 사람이 없는 것과 비슷하다.

이 때문에 유튜브는 소비자가 원하는 영상이 무엇인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끊임없이 분석해 추천하는 서비스(큐레이션)를 제공하고 있다.

유튜브가 사용하는 개인별 추천시스템의 강점은 개별 소비자의 겉으로 드러난 취향 안에 있는 보편적 정서까지 파악해 이들이 좋아할 만한 영상을 알아서 제시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아이가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킹(어린 사자가 주인공)’을 시청했다면 관련 추천영상으로 동물이 주인공인 일본 아사히 TV의 ‘신도라에몽(어린 고양이 로봇이 주인공)’을 추천해주는 식이다.

소비자의 기호와 취향을 분석해서 이 속에 들어있는 보편적 요소들을 분석한 후 추천영상으로 올리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복잡한 심리를 조각조각 분석한 후 이를 종합해내는 능력을 활용해 추천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셈이다.

이 같은 분석을 위해 유튜브는 2015년 자신들이 갖고 있던 기존 분석시스템 대신 모회사인 구글의 AI를 도입했다. 구글의 AI는 유튜브의 개인별 추천시스템을 위해 매일 800억개의 댓글 등 피드백 데이터를 분석하고 영상과 영상 간의 추천관계를 정한다.

피드백의 분석은 영상을 얼마나 오랫동안 봤는지, 어떤 영상을 가장 좋아했는지, 어떤 것은 건너뛰었는지를 파악하는 과정이다. 또 소비자가 쓴 댓글 문장의 개별 요점을 파악하고 다음 문장의 요점과 비교해 문장과 문장의 전후관계를 분석해 이 글을 쓴 사람의 심리 흐름을 알아낸다.

닐 모한 유튜브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지난 1월 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서 “현재 유튜브 시청자가 추천받는 영상의 70%는 AI가 제공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plus point

[Interview] 크리에이터 ‘꾹TV’·박성진 트레져헌터 팀장
“악플도 분석해서 시청자 잡아야”

정해용 기자

크리에이터 ‘꾹TV’(본명 김종국)와 박성진 트레져헌터 팀장(오른쪽). 사진 트레져헌터
크리에이터 ‘꾹TV’(본명 김종국)와 박성진 트레져헌터 팀장(오른쪽). 사진 트레져헌터

유튜브가 확산되면서 전문성과 독창성만 있다면 누구나 콘텐츠를 생산해 전 세계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그렇다고 모두가 다 성공적인 콘텐츠 생산자(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가진 전문성을 잘 드러내면서도 효과적으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는 소통능력과 큐레이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쟁력 있는 크리에이터가 되는 노하우를 알기 위해 현재 활동하고 있는 인기 크리에이터 ‘꾹TV’와 크리에이터를 지원하는 기획사인 멀티채널네트워크(MCN) ‘트레져헌터’의 박성진 인플루언서 사업팀장을 만났다. 꾹TV는 구독자 150만명을 보유하고 있고 트레져헌터는 소속 크리에이터 기준 국내 2위(300여명) MCN이다. 인터뷰는 경기도 고양시 식사동 꾹TV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꾹TV는 “크리에이터가 되려는 사람은 악성 댓글(악플)을 보면서도 시청자들의 성향을 차분하게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
꾹TV “우선 대중 앞에 서는 것을 즐기고 갈구하는 성격이 필요하다. 또 악플 같은 것 때문에 큰 상처를 받고 크리에이터 활동을 중단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렇게 힘들어하는 성격은 크리에이터로서 약점이다. 악플도 잘 생각해보면 시청자들의 피드백일 수 있기 때문에 이 또한 잘 살펴보고 분석해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는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MCN은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 제작 과정에도 참여하나.
박성진 팀장 “한 콘텐츠(영상)를 만들 때 당연히 들어가야 할 기승전결의 요소들이 있다. 짧은 영상이지만 그 안에 줄거리가 있고 흐름이 있어야 사람들이 봤을 때 완성도 높은 콘텐츠라고 느낀다. 그런 요소들이 빠지지 않고 들어갈 수 있도록 제작 초기단계부터 크리에이터와 함께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영상의 질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가진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꾹TV “유튜브는 엄청나게 큰 꿈을 펼칠 수 있는 세계적 무대다. 주변에서 보면 갑자기 세계적인 유튜버가 되는 경우도 많다. 유튜브는 엄청난 광고수익을 올릴 기회의 공간이다. 종합편성채널이나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것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본인의 방송국을 만들 수 있다.”

콘텐츠를 좀 더 많은 시청자들에게 노출(추천)하는 방법은.
박팀장 “유튜브는 동영상을 추천해주는 시스템이 있다. 한 시청자가 특정 콘텐츠를 시청했을 때 이와 유사한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그런데 유튜브가 관련 영상으로 추천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는 것 중 하나는 지속성이다. 예를 들어 한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채널에 특정 분야에 대한 영상을 매주 2회씩 꾸준하게 올린다면 이 사람이 올린 영상은 해당 분야의 영상을 본 시청자들에게 추천될 가능성이 상당히 커진다. 크리에이터들도 이 점을 참고해 힘들더라도 꾸준하게 영상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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