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오창(趙畅)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 오벌테크놀로지 최고기술책임자(CTO), BCC CTO
자오창(趙畅)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 오벌테크놀로지 최고기술책임자(CTO), BCC CTO

“외국 주재원이 많이 거주하는 (상하이의) 홍차오(紅橋)나 푸둥(浦東) 거리에서 가장 눈에 띄게 ‘몰려다니는’ 사람은 한국인이다. 소속 기업 오너가 나서서 ‘한국인끼리만 어울리지 말고 현지인과 어울려 시장을 개척하라’고 특별 지시라도 내리지 않는 이상, 상황이 달라질 것 같진 않다.”

중국 투자 컨설팅 업체 BCC(Business Connect China)의 자오창(趙畅·40)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건 지난달 상하이 쉬자후이(徐家匯) 지역에 있는 BCC 본사 사무실에서였다. 쉬자후이 지역은 대형 쇼핑센터와 백화점이 밀집한 곳으로 우리나라 명동과 느낌이 비슷한 곳이다.

BCC는 중국과 미국, 한국, 인도, 동남아시아 등에 20만 명의 전문가 네트워크를 보유한 중국의 대표적인 컨설팅 업체다. 상하이 출신으로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한 자오와 하버드 경영대학원 출신인 대만계 테드 린(林宜德)이 2006년 공동 창업했다. 현재 ‘포천’ 500대 기업에 포함되는, 다양한 국적과 분야 기업의 중국 진출을 돕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파고 속에 중국 주요 기업에 외신 ‘인터뷰 금지령’이 내려졌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자오 CEO의 답변은 유창한 영어 실력에 걸맞게 시원시원했다. 심지어 ‘강한 미국’의 상징과도 같은 수퍼 히어로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로 디자인된 티셔츠를 입고 나타나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중국은 언어와 문화, 개발 수준 등이 상이한 7~8개 나라가 한데 묶여 있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제대로 현지화하려는 노력 없이는 사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영국 노팅엄대학이 중국 저장성 닝보(寧波)에 운영 중인 노팅엄대 닝보 캠퍼스(UNNC). 사진 UNNC
영국 노팅엄대학이 중국 저장성 닝보(寧波)에 운영 중인 노팅엄대 닝보 캠퍼스(UNNC). 사진 UNNC

‘캡틴 아메리카’ 티셔츠라니 놀랍다. 의도적인 연출인가.
“중학교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 갔고, 대학도 거기서 나왔다.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는 미국인 친구도 많다. 복잡한 내 정체성에 대한 풍자라고 해두자.”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 친구와 불편한 건 없나. 비즈니스에 영향은.
“미국 친구와 대화를 통해 ‘미국이 아시아의 어떤 나라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을 것’이란 결론을 내리긴 했다. 중국이 아니어도 다른 아시아 국가가 미국의 라이벌로 성장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미국 대통령이 바뀐다고 달라질 사안은 아닌 것 같다. 아마 오래 지속될 것이다. 그래도 상호 이해와 협력의 여지는 많다. 모든 것이 좋기만 하다면 우리 같은 기업은 필요없을 것이다.”

한국 기업을 고객으로 상대하기 어려운 점이 있나.
“중국에 대한 두려움과 불신이다. 중국의 중앙·지역정부나 기업 중에 한국과 협력을 원하는 곳이 많지만, 한국 기업이 중국을 지나치게 경계하는 것 같다. 기회가 항상 있는 건 아닌데 말이다. 중국은 시장이 크고 자금력도 풍부하다. 또 한국과 중국 양쪽에 도움이 될 인재도 많다. 기업을 키우고 싶어 하면서, 세계 인구의 4분의 1(중국 인구)을 포용하지 않을 이유가 있겠는가.”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사업하기 어려워졌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중국이 한국을 의도적으로 과소평가하거나 따돌리려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한국이 언제나 중국을 적 또는 경쟁자로만 보려 한다면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보자. 삼성과 SK가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부지를 사들였다. 그런데 보안 문제를 이유로 중국 업체와 합작사(JV) 설립도 하지 않았고, 중국인 기술자도 고용하지 않았다. 장벽을 많이 쌓으면서 ‘이웃이 되고 싶다’고 하면 모순 아닌가. 또 중국인 현지 총괄 임원은 고사하고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임원을 둔 한국 기업이 얼마나 될까.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중국 시장과 투자자를 공략하겠다는 건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과 중국 모두 아시아 기업보다 서구 기업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협력이 어려운 건 아닐까.
“그런 측면이 있긴 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파트너십에 대한 인식이다. ‘내가 돈을 버는 한 파트너도 돈을 벌게 도와주는 것이 맞다’고 봐야 한다. 그렇게 함께 파이를 키워나간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더 큰 몫을 챙길 수 있게 된다. 반면에 중국과의 비즈니스 관계를 ‘네가 돈을 버는 만큼 내 수입은 줄어든다’는 ‘제로섬(zero-sum)’ 게임으로 이해한다면 협력이 잘될 턱이 없다.”

한국 기업이 중국 사업 조직에 더 힘을 실어 줘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한국 기업 고위 임원 중에 자녀를 중국으로 유학 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중국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고 느끼는 대목이다. 하지만 조직 운영은 대기업의 경우 그룹 총수의 마인드가 변해야만 달라질 수 있다. 비유하자면 아버지가 아니라 할아버지가 마음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다.”

사드 사태로 중국 젊은이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 건 아닌가.
“2보 전진 뒤 1보 후퇴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한류 드라마와 대중가요는 아직도 중국 젊은이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가 있다. 한국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창의적이다. 한국의 방송작가나 PD들이 중국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협력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대우도 나쁘지 않다(웃음). 사드 위기에 대해 덧붙이면 중국과 한국은 물론 일본도 그로 인해 피해를 봤다. 아무도 행복하지 않은 조치라면 누군가는 행복하도록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중국 젊은이와 세대 차를 느끼나.
“차이는 있지만 세대 간 차이라기보다 물질적 풍요의 정도에서 오는 차이인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 중국은 물자가 많이 부족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원할 때 언제든 원하는 것을 구입할 수 있다. 물론 도시와 농촌 간 소득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는 없다.”

한국과 중국의 협력이 유망한 분야는 뭐가 있을까.
“게임과 영화 등 여러 분야가 있지만, 교육 분야 협력을 빼놓을 수 없다. 양국 대학이 협력해 공동 캠퍼스를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국 명문대가 중국에서 캠퍼스를 운영한다면 정부 지원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뉴욕대(NYU)와 듀크대, 영국 노팅엄대 등 서구 명문대 중에서도 중국에서 공동 캠퍼스를 운영하는 곳이 적지 않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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