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수석졸업, 미국 VC ‘컬래버레티브 펀드’ 애널리스트
서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수석졸업, 미국 VC ‘컬래버레티브 펀드’ 애널리스트

최근 일부 P2P 대출중개 회사(이하 P2P 회사)의 부실과 횡령, 사기 등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해 P2P 대출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 차가워졌다. P2P 회사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대출 신청자에게 빌려주고 이들에게서 이자를 걷어 투자자에게 수익을 제공해주는 중개 플랫폼이다. 하지만 냉랭한 시장 분위기에서도 P2P 회사 어니스트펀드는 올해 11월, 국내 금융기관들로부터 120억원의 지분투자를 추가로 유치했다. 이번 건을 포함해 어니스트펀드가 받은 지분투자 규모는 200억원에 달한다.

어니스트펀드는 2015년 6월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현재까지 이용 고객 10만 명, 이들의 누적투자액은 2785억원이다. 어니스트펀드가 약정한 투자 기간이 끝난 후 투자자들에게 돌려준 총원금은 1396억원이었다.

어니스트펀드의 저력이 돋보이기 시작한 것은 P2P 대출업권의 성장세가 둔화되기 시작한 올해부터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어니스트펀드의 누적 투자액은 716억원으로 P2P 대출업계 1위 회사인 테라펀딩(2408억원)에 한참 밀렸다. 그러나 다른 선두 P2P 회사들의 올해 9월 말 기준 누적 투자액이 지난해 말 대비 두 배 수준으로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어니스트펀드의 누적 투자액은 같은 기간에 네 배 늘었다.

어니스트펀드의 창업자 서상훈(28) 대표를 10월 3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어니스트펀드 본사에서 만나 한국 P2P 대출의 현주소에 대해 물었다.


2015년 창업 이후 지금까지 P2P 대출 시장은 어떻게 변했나.
“P2P 대출의 정의에 대한 논쟁이 어느 정도 정리되는 느낌이다. 초창기에는 누구나 본인이 P2P 대출 전문가라고 주장했지만, 누구도 P2P 대출의 정의를 정확하게 말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이제는 P2P 대출을 기존 금융 시장을 보완하는 여신업으로 규정하는 공감대가 업계에 생겼다. 기존 금융시장을 악어로 비유한다면 P2P 대출은 악어새로서 이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을 공략하며 공생하고 있다.”

‘악어와 악어새’는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부동산 건축자금 대출을 예로 들어보겠다. 건설업자는 한국에서 중요하다. 서민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건설업자들 중엔 대형 건설사만 있는 게 아니다. 영세하거나 중간급 건설사도 많다. 이런 곳은 기존 금융기관에서 돈을 못 빌린다. 담보 능력이 있어도 금융기관이 귀찮아하거나 리스크에 대한 심사 기회도 주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연 40%에 달하는 고금리를 매기는 사채 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런 고금리 대출은 한국 서민의 거주 질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가져오게 된다. 건설업자는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건물에 싼 자재를 쓰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이른바 중금리(연 10% 안팎)를 쓸 수 있어야 하는데 한국 사회에서는 갈 곳이 없다.”

그럼 사채 시장에서 반발이 있었을 텐데.
“창업 후 꾸준하게 사채업자에게 전화를 받았다. ‘너무 싸게 받는 것 아니냐. 물 흐리지 마라’는 내용이었다. 직원이 많아지면서 본사를 세 번 이전했는데, 여의도 IFC, 63빌딩, 전경련회관 등 출입 절차가 까다로운 곳을 골라서 자리 잡았다. 사채업자들이 회사에 찾아오면 어쩌나 싶어 겁이 나서 그랬다. 우리 사회의 금융시장이 가진 어두운 면을 볼 수 있었다.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 같은 거로 생각한다.”

P2P 회사들이 지난해까지 우후죽순 생겼다가 지금은 다소 소강상태인 듯한데.
“시장이 성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 내년부터는 신뢰받는 소수의 P2P 회사만 살아남을 것이다. P2P 대출을 새로운 산업으로 정의하는 법제화가 내년에 이뤄지면 시장이 다소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P2P 대출의 정의를 법적으로 명시하는 내용의 의원 입법안 5개가 국회에 발의돼 있다. 자금 유용과 같은 범법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명확하고 강하게 명시했으면 한다.”

금융 당국이 이전보다 열린 자세로 P2P 대출을 바라보는 것 같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까.
“P2P 대출에 시장이 반응했기 때문이다. 사실 정부에서 아무리 장려해도 시장에서 선택하지 않으면 자연 소멸한다. 그런데 P2P 대출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기존 금융기관들이 담아내지 못한 대출자, 투자자 양측의 수요가 많았다는 의미다.”

P2P 대출회사를 창업한 계기는.
“우리 가족의 재테크 역사를 들어보면 알 것이다. 한국의 평범한 사람들이 했을 법한 안 좋은 경험은 다 했다. 아버지는 주식 투자로 까먹고, 증권사에서 브릭스(BRICS) 펀드를 추천받아서 들었다가 원금의 50%까지 잃고. 어머니는 이 은행 저 은행으로 예금 특판 찾아다니고. 그래봤자 금리는 고작 0.2% 더 주는데 말이다. 부동산 투자했다가 사기당하기도 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이런 우리 가족의 재테크 얘길 하면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문제야말로 큰 사업 기회라고 생각했다. 평범한 사람의 금융 투자 경험을 기술 혁신으로 바꿔줄 수 있다면 굉장한 사업이 되리라고 판단했다.”

P2P 회사가 200개 가까이 되는데 왜 사람들이 어니스트펀드를 찾나.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문제없이 계속 수익을 내고 있다’고 증언해주는 덕이라고 본다. P2P 대출이 신생 산업이다 보니 과장하는 회사들이 많다. 조직도를 웅장하게 그려놓고 마치 금융지주마냥 묘사해놨는데, 알고보면 직원이 3명인 데도 있다. 혹은 신한은행 서비스 하나 이용하면서 마치 신한은행이 파트너사인 양 과장광고를 한다. 어니스트펀드는 이런 광고보다는 실제로 전문가들이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낫다고 판단해 모든 임직원의 프로필을 홈페이지에 공개해놨다. 또 투자 상품의 구성이 다양하다. 기간이 짧은 단기 상품에 투자하고 싶을 때도 있고, 장기간 돈을 묶어놓더라도 수익률이 좀 더 높은 상품에 투자하고 싶을 수도 있다. 우리의 투자 상품은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12개월로 다양하고, 유형도 개인신용대출, 법인신용대출, 부동산 담보대출 등 7가지다.”


Keyword

P2P(Peer to Peer) 대출 전통적인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대출자와 투자자, 즉 개인 대 개인을 연결해주는 금융 서비스를 말한다. P2P는 원래 인터넷에서 개인과 개인이 직접 연결돼 파일을 공유하는 것에서 따왔다. P는 영어 ‘피어(peer)’를 의미한다. 피어는 동등한 지위에 있는 사람, 개인을 뜻한다. P2P 대출중개 회사는 서비스를 주선하는 중간 사업자로,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준다. 이후 정해진 기간에 대출자에게 원리금을 받아 투자자에게 상환해주고 중개 수수료를 받는다.

plus point

P2P 투자 해보기

P2P 대출 투자는 P2P 회사의 홈페이지에 회원 가입 후 본인 명의의 은행이나 증권사 계좌를 등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등록한 계좌로 투자 수익과 원금을 돌려받는다. 휴대전화번호와 주민등록번호도 입력하는데, P2P 대출 투자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한 세금 원천징수에 사용된다. 투자할 상품을 고른 후 투자할 금액을 입력하면 투자 절차가 완료된다. 단,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으며 투자 결과에 따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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