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서강대 경영학 학사, 서태웅호떡 창업
김태훈
서강대 경영학 학사, 서태웅호떡 창업

그가 말없이 빙긋 웃었다. 10월 26일 김태훈(33) 레이니스트 대표를 만나 “문재인 대통령께 ‘뱅크샐러드’를 보여드리고 나서 사업하기 좀 좋아졌냐”고 질문한 뒤였다. 8월 31일 문 대통령이 참여한 ‘데이터 경제 활성 규제 혁신’ 간담회에서 레이니스트가 개발·운영하는 개인자산관리(가계부) 앱 ‘뱅크샐러드’를 시연한 것을 두고 건넨 말이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개인의 신용정보를 통합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인 ‘마이데이터 산업(본인신용정보 관리업)’을 올해 안으로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은행, 카드사 등 개별 금융회사가 소비자가 지정한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해당 소비자의 금융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를 법적으로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개인의 신용정보 관리와 관련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새 기업군을 키워보겠다는 의도다. 금융위는 마이데이터 산업을 “개인이 종합적인 자산‧부채 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추진하고 있다. 단, 마이데이터 산업 관련 사업자는 금융위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흩어져 있는 개인 금융 정보를 모아 개인이 자산관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뱅크샐러드의 목표는 마이데이터 산업이 추구하는 방향과 같다. 우연히 운이 좋아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금융 당국과 국회를 찾아다니며 “평범한 사람들도 자신의 자산 현황과 거래 내역을 종합적으로 조회할 수 있어야 자산·부채 관리를 쉽게 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마이데이터 산업의 개국공신 아니냐”고 묻자, 그는 호탕하게 웃기만 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일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월 6일 ‘데이터 경제 및 AI 활성화 민·관 합동 TF 발족회의’를 서울 강남구 논현역 근처 레이니스트 본사에서 진행했다.

지금 뱅크샐러드는 고객의 로그인 정보나 공인인증서를 가지고 고객 대신 개별 금융회사의 온라인 서비스에 접속해 계좌 정보, 지출 내역 등을 하나하나 수집하는 ‘스크래핑’이라는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뱅크샐러드 앱의 다운로드수는 250만건이다. 레이니스트는 올해 10월 말 기준 총 19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물론 뱅크샐러드 외에 공공기관에서도 금융 정보를 종합적으로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하나 있기는 하다. 금융결제원의 계좌정보 통합조회서비스다. 하지만 뱅크샐러드가 제공하는 정보에 비해 세세하지 않다. 계좌에 얼마가 들어있는지, 어떤 보험에 가입했는지 등 단편적인 정보를 제공할 뿐이다.

김 대표를 레이니스트 본사에서 만나 마이데이터 산업이 바꿀 개인별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해 물었다.


정부는 왜 이 시점에 마이데이터 산업을 도입하려 하는 것일까.
“우리가 지속적으로 개인 금융정보 조회의 중요성을 정부에 강조했다. 또 유럽 등 선진국들의 규제 동향이 영향을 미쳤다. 유럽연합은 올해 1월부터 개인신용정보 관리업을 시행했다. 은행이 보유한 개인 금융 정보를 당사자가 허락하면 핀테크 회사 등 제3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리 정부도 그 흐름을 따라가려는 것이다.”

글로벌 회계·컨설팅회사 KPMG에 따르면 유럽연합 은행 중 68%는 유럽의 개인신용정보 관리업이 은행의 시장영향력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럽의 개인정보 이동권이 국내에 도입될 경우 국내 은행들의 앱 개발 노력이 무력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는 소비자들이 개별 은행의 앱에 접속해 금융 정보를 확인하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전 금융권에 산재돼 있는 정보를 모아주는 핀테크 회사의 앱을 선호할 것이란 분석이다.

마이데이터 산업 도입의 최대 수혜자로 뱅크샐러드를 꼽는 듯하다.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마이데이터 산업이 법제화되면 더 많은 회사들이 사업 기회로 보고 자산관리 서비스를 시작하려고 할 것이다.”

금융회사의 반발이 있지 않았나.
“정부에서도 금융사의 인식을 바꾸는 게 어려웠다고 한다. 카드사는 소비자의 결제 내역이 카드사 서버에 저장돼 있으니 본인들 것이라고 생각하더라. 그런데 다른 업계 사례를 생각해보자. 통신 기록은 통신사 서버에 저장돼 있으니 통신사 것인가? 아니다. 사용자가 문자를 언제, 어떤 사람에게 보냈는지 전화를 했는지 등과 같은 통신 정보는 개인이 만들어낸 것이다. 통신사가 생산한 게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적으로 통신 기록은 개인이 원하면 열람하고 발급받을 수 있다. 개인의 돈 거래 내역도 금융회사가 만든 게 아니라 개인이 만들어낸 것이니 마찬가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마이데이터 산업의 신설은 뱅크샐러드에 어떤 영향을 줄까.
“지금은 고객 정보를 모으기 위해 일일이 개별 금융사의 온라인 서비스에 접속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빠뜨리는 내역이 발생할 수 있다. 이용 중인 금융회사에 미리 공인인증서를 등록했거나 그 회사의 온라인 회원일 경우에만 뱅크샐러드 앱에서 조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뱅크샐러드가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된다면 개별 금융회사의 서버에서 직접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다. 기존과는 달리 소비자들이 빠짐없이 자신의 모든 금융 정보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중고차시세조회 등 다양한 조회 기능을 추가로 개발할 여력이 생길 것이다.”

사람들이 왜 뱅크샐러드를 이용했을까.
“부족한 부분도 있었겠지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취합해 종합적으로 보여주려고 노력한 것이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 또 기존 금융회사가 고객을 대하는 자세와는 다른 전략을 취한 것도 주효했다.”

다른 전략이란 무엇인가.
“딱딱한 표현보다 밀레니얼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가 공감할 만한 말투로 금융 생활에 참견하자는 게 목표였다. 예를 들면 이번달에 유독 돈을 많이 쓴 고객에게 ‘돈을 숨쉬듯 쓰고 있다’고 하고, 지출에서 택시요금이 많은 이용자한테는 ‘차라리 차를 사는 게 어떠냐’고 꾸짖는다.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당신 택시를 너무 많이 타는 것 아닙니까’지만, 재밌게 전달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 결과물이다. 1980~90년대에 금융은 ‘전문가’적 입장에서 고객을 ‘가르치는’ 자세를 취했다. 혹은 ‘시집갈 돈 모아라’ ‘아껴 쓰고 저축해라’와 같은 스트레스 주는 말로 자산관리를 하게 했다. 요즘 젊은 이용자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가는 다 도망간다. 밀레니얼세대는 전문가들의 딱딱한 잔소리에 지쳐 있다.”


plus point

뱅크샐러드로 자산관리 해보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뱅크샐러드의 잔소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뱅크샐러드의 잔소리.

뱅크샐러드를 설치하고 회원가입을 마치면, 은행·카드사·증권사·보험사 등 업종별 회사 목록이 나온다. 자신이 가입한 금융 상품이 있는 회사를 선택해 공인인증서 인증을 하거나, 온라인 회원 로그인 정보를 입력한다. 그러면 은행에 맡겨둔 저축액이나 대출, 카드 사용 내역 등이 종합적으로 조회된다. 그 외에도 지출 내역을 기록해주는 ‘가계부’, 이를 분석해주는 ‘금융 비서’ ‘카드 추천’ 등의 기능이 있다.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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