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형 오피스 빌딩이 밀집한 도쿄 시내 중심가에서 일을 마친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지난달 대형 오피스 빌딩이 밀집한 도쿄 시내 중심가에서 일을 마친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과거 일본 기업들은 높은 법인세 때문에 힘들어했다.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2010년 1월 기준으로 일본의 법인세율은 30%였다. 당시 프랑스의 33.33%, 영국의 28%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실제로 내야 할 세율은 도쿄 기준 40.69%로 미국·프랑스·독일·영국 등 비교 대상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총 조세 부담은 미국이 40.75%이고, 프랑스 33.33%, 독일 29.41%, 영국 28%다.

기업은 법인세 외에도 사업세, 지방세, 주민세 등 여러 명목의 세금을 내야 한다. 8년 전 일본 기업은 법인세(30%) 외에 사업세(3.26%), 지방법인특별세(사업세액의 148%), 주민세(법인세액의 20.7%)를 추가로 내야 했다.

기업의 세전이익이 1억원이라 해도 세금으로만 4069만원을 내야 해 순이익은 5931만원에 그친다는 뜻이다. 당시 한국의 법인세율은 22%였지만 지방소득세를 합하면 24.2%였다. 한국과 일본 기업의 세전이익이 1억원으로 같다고 해도,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보다 당기순이익은 1649만원 더 많아지게 된다.

높은 법인세율은 해외 자본의 투자를 막고, 자국 기업이 법인세가 낮은 나라에 투자하게 만든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법인세를 경쟁적으로 낮추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법인세를 종전보다 14%포인트 낮은 21%로 인하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20%로 낮추는 세제개편을 추진 중이다. 프랑스 마크롱 정권은 현행 33.33%의 법인세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해 2022년엔 25%로 낮추는 계획을 마련했다. 영국의 법인세율은 현재 19%인데, 2020년까지 17%로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하도록 조세 부담 경감

아베 정권은 출범 이후 법인세율을 낮춰 왔다. 2013년도 법인세율은 37%였으나, 지난해엔 29.97%, 올해는 29.74%로 인하했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올해 세제개편을 통해 임금을 올리거나 설비 투자를 늘리는 기업엔 법인세율을 25%까지 더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물인터넷(IoT)이나 혁신 기술에 투자하는 기업엔 법인세율을 20% 전반 수준까지 더 내려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법인세 인하에 대해 “임금을 올리거나 설비 투자에 적극적인 기업의 조세 부담을 ‘글로벌 경쟁에서 충분히 맞서 싸울 수 있을 정도까지 경감한다’고 명기했다”라며 “미국·프랑스 등의 법인세 감세 움직임을 의식해 인하폭을 확대했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은 올해부터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구간의 법인세에 대해 최고세율을 종전 22%에서 25%로 인상했다. 지방소득세를 더하면 27.5%다. 당국은 77개 대기업만이 최고세율 적용 대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한국 대표기업들이라는 것이다. 이미 미국의 법인세율은 한국보다 낮아진 상황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법인세 인상 조치로 한국의 연평균 투자는 4.9%, 일자리는 10만5000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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