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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저 T모바일 CEO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괴짜 경영자 중 한 명이다. 사진 블룸버그

세계적인 비즈니스 리더들은 사생활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경우가 많다.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중 SNS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비율이 60%를 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인스타그램은 사진과 이미지에 특화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비하면 사생활 노출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트위터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팀 쿡 애플 CEO 등의 소통 공간이 된 것과 비교하면, 인스타그램은 가입한 세계적인 비즈니스 리더들의 수와 활용 빈도의 무게감이 많이 떨어진다.

트위터에 4600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게이츠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160만 명 정도다. 지난해 12월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한 후 5월 31일까지 올린 게시물도 50여 개에 불과하다. 트위터 팔로어가 2200만 명에 육박하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도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45만여 명이다.

세계적인 경영자 중 인스타그램 활동이 활발한 인물로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를 꼽을 수 있다.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 자회사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 저커버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약 450만 명이다. 게시물을 자주 올리지는 않지만, 가족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나 어린 시절 사진, 페이스북 관련 활동 등을 스스럼없이 공유한다. 가장 최근에는 프랑스 파리 방문 중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인공지능(AI) 기술을 주제로 환담하는 사진을 올렸다.

저커버그나 케빈 시스트롬 인스타그램 창업자처럼 인스타그램과 특수관계에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경영자의 인스타그램 활용 양상은 그가 속한 산업 분야의 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제품 이미지 노출이 중요한 패션이나 식음료 관련 기업, 가입자 확보와 유지에 사업의 성패가 달린 이동통신 기업 CEO들 중에는 인스타그램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3위 이동통신사 T모바일의 CEO 존 레저와 카타르에 본사를 둔 럭셔리 핸드백 업체 펄산(Fursan)의 창업자 이브라힘 알-하이도스가 대표적인 경우다.

레저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약 4만9000명으로 570만 명을 바라보는 그의 트위터 팔로어 수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가 비즈니스 세계에서 인스타그램 활용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중요한 이유는 소통의 ‘진정성(authenticity)’과 ‘일관성(consistency)’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에서 손꼽히는 괴짜 CEO 중 한 명인 레저는 매일같이 인스타그램에 그날의 일상을 공유한다. 산책 중에 만났다는 분홍색 T모바일 스카프를 목에 두른 견공의 사진을 올리기도 하고 회사 행사 중 동료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레저의 인스타그램 게시물 중 특히 자주 등장하는 레퍼토리는 요리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사진 속의 레저 활동은 거의 언제나 회사 로고가 박힌 분홍색 티셔츠나 스니커즈 차림으로 등장한다는 것. 분홍색은 T모바일을 상징하는 색깔이다.

인스타그램 활동을 위해 상황을 따로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CEO로서 정신없이 바쁜 일상을 있는 그대로 녹여내기에 진정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브랜드 노출도 자연스럽고 꾸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광고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저커버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어 450만 명

실제로 T모바일은 지난 1분기까지 20분기 연속으로 순 가입 횟수가 100만 건을 넘겼다. 1분기 가입자 이탈률은 1.07 %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레저는 지난 3월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긱와이어’와의 인터뷰에서 “그들(경쟁 기업 CEO들)이 나처럼 SNS를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나처럼 치열하게 살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T모바일은 미국 이동통신업계 4위 스프린트와의 합병을 추진 중이다. 합병이 계획대로 성사될 경우 가입자가 1억 명을 넘어서면서 현재 1·2위 업체인 버라이즌, AT&T와 대등하게 경쟁하게 된다. 합병된 회사의 이름은 T모바일이 되고, 레저가 CEO를 맡을 예정이다.

16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알-하이도스의 인스타그램에는 전형적인 중동 부자의 여유로움이 넘쳐난다. 특급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즐기는 모습이나 최고급 벤틀리 운전석에서 시동 걸기 직전의 모습, 해외 여행지에서 일상 등이 단골 레퍼토리다.

그렇다고 자기 자랑만 늘어놓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펄산이 만드는 ‘럭셔리’ 핸드백의 주요 고객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비즈니스 전략의 일부다. 최고급 핸드백의 고객이 추구할 만한 라이프스타일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려내고 있는 셈이다. 알-하이도스의 인스타그램은 제품과 서비스에 관한 고객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창구 역할도 병행한다.

올해 32세인 알-하이도스에 대해서는 영국 리버풀대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한 엔지니어 출신 디자이너 겸 사업가라는 것 외에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핸드백 사업 외에도 자전거 공유 사업과 태양광 사업 등 카타르 정부가 주도하는 여러 사업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lus point

국내에선 정용진 부회장, 박서원 전무가 대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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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사진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박서원 두산 전무는 인스타그램을 자주 활용하는 대표적인 국내 경영인이다. 정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약 15만6000명, 박 전무는 약 1만2400명이다.  

정 부회장의 경우 해외 출장 등 업무 관련 사진에서 올해 여섯 살인 쌍둥이 남매의 일상에 이르기 까지 레퍼토리가 다양하다. 과거에는 자신이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 이마트의 PB(Private brand) 라인업 ‘피코크’와 ‘노브랜드’ 제품을 구입하거나 먹는 모습을 담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 박서원 두산 전무는 ‘황금 인맥’으로 유명하다.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송중기, 지성, 빅뱅, 장윤주 등 연예인들과 함께 찍은 인증 사진이 넘쳐난다. 지난 1월에는 인스타그램의 ‘라이브 방송’ 기능을 활용해 자신이 대표로 있는 두산매거진의 한 패션지 편집회의 모습을 공개했다. 

패션 센스가 돋보이는 사진도 종종 올린다. 박 전무는 지난해 9월, 영국 패션 전문지 ‘비즈니스 오브 패션’이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글로벌 패션인 500’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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