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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드 샘플(왼쪽) 잇쎈틱 대표와 박은선 잇쎈틱 공동창업자. 사진 C영상미디어 이신영

2015년, 한국에서 20년째 거주하고 있던 타드 샘플(Todd Sample) 잇쎈틱 대표는 어떤 가게에 샌드위치를 먹으러 들어갔다 깜짝 놀랐다. 고향인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어릴 때 먹던 필라델피아(펜실베이니아주의 도시)식 치즈 스테이크 샌드위치와 맛이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 후문 근처 ‘미셸’이라는 이름의 가게였다. 지구 반대편 서울의 후미진 골목에서, 어렸을 때 먹었던 그 맛을 찾았다는 게 그는 신기했다.

당시 샘플 대표는 트위터를 하고 있었다. 많은 남자들이 그렇듯, 음식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것을 딱히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런 그가 너무나 반갑고 놀라워서 음식 사진을 올리고 “진짜 필라델피아 치즈 스테이크 샌드위치다. 완전히 그대로”라고 썼다. 평소에 그가 올린 트윗은 50~70개 정도 리트윗(다른 사람이 트위터에 올린 글을 자신의 팔로어에 전달하는 것)됐지만, 이 샌드위치 글은 1000개나 리트윗됐다. 엄청난 파급력에 놀란 그는 음식을 소재로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했고, 얼마 뒤 ‘타드샘플잇츠’(@ToddSample_eats)라는 별도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다.

샘플 대표는 1995년부터 23년째 한국에 살고 있다. 코트라에서 외국인 직접투자 홍보 전문위원, 한국전력 해외사업전략 처장을 지낸 뒤 회사를 나와 외국 기업 한국 진출에 특화된 컨설팅 회사 ‘샘플&박(Sample & Park)’을 차렸다. 그러다 우연히 샌드위치 가게에 들른 것을 계기로 시작하게 된 인스타그램 계정이 대박나면서, 지금은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음식과 관련한 일에 쏟고 있다.

작년 8월엔 이 일에 전념하기 위해 샘플&박 때부터 함께해 온 박은선 공동창업자와 함께 ‘잇쎈틱(Eathentic)’이란 회사도 만들었다. 잇쎈틱은 ‘진짜를 먹는다(Eat+Authentic)’는 의미다. 한국에서 외국 정통의 맛을 내는 음식점을 소개하고 외국 문화를 이해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일을 한다. 박 공동창업자와 함께 5월 25일 오전 위워크 삼성역점에서 인터뷰를 가진 샘플 대표는 “한국에 외국인이 많이 오고 한국인도 해외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해외에서 먹었던 음식을 다시 먹고 싶어 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어디에 가면 그런 음식을 먹을 수 있는지 모르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샘플 대표는 샌드위치 가게 미셸 이후 50여 개국의 음식을 만드는 300여 개 음식점을 발굴해 소개했다. 대사관 직원, 한국에 사는 외국인에게 직접 추천받고, 돈을 내고 음식을 주문해 먹어 본 뒤 셰프와 대화를 나눈다. ‘현지인들이 인정한 곳이어야 한다’ 등 자체적으로 세운 열한 가지의 기준 가운데 일고여덟 가지를 만족한 경우에만 인스타그램으로 소개한다. 박 공동창업자는 “열 곳에 가서 음식을 먹어 보면 여섯 곳 정도밖에 올리지 못한다”라고 했다.


음식점을 선정하는 기준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예로 들면, 한국에 사는 이탈리아인들이 인정하는 곳 위주로 선정한다. 한국에 많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지만 이탈리아인들은 절대 가지 않는 곳이 많다. 그들은 ‘이건 이탈리아 음식이 아니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 음식점은 진짜(authentic)다’라고 생각하는 곳을 간다. 그래서 선정 대상을 고를 때 대사관 직원이나 현지인들의 추천을 받는다.”

사명감도 느끼나.
“젊은 사람들이 머나먼 한국 땅에 와서 음식점을 차리는데 리스크가 너무 크다. 음식으로 성공하는 게 정말 어렵다. 망할 확률이 높다. 이런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기쁠 것 같다. 이들은 ‘한국인들이 현지 음식을 받아들일까?’ 고민하면서도, 그 나라의 조리법을 유지하고 최고의 맛을 선사하려 노력한다. 음식점은 맛이 좋아야 하지만 홍보가 잘돼야 한다. 왜 음식 장사를 시작했는지 같은 스토리가 재미있는 경우가 많은데,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이런 곳을 더 널리 알리고 싶다.” 

어떤 스토리가 필요한가.
“합정동에 있는 나폴리 피자 레스토랑의 셰프는 한국인이지만 2015년 나폴리에서 열린 피자 대회에서 이탈리아 셰프와 경쟁해 1등을 했다. 물론 수상 경력은 써 놓지만 눈에 잘 안 띈다. 이 사실을 모르면 ‘그냥 피자집’이지만, 알면 아무도 다른 피자집에 가지 않을 것이다. 그런 스토리를 포장해 알릴 수 있다. 또 한국인들이 유학이나 해외 여행을 많이 가기 때문에,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방법도 추천한다. 뉴욕의 길거리음식 브랜드 ‘할랄가이즈’는 나한텐 그저 패스트푸드인데, 한국에 진출했을 때 반응이 장난 아니었다. 이슬람 음식이기 때문이 아니다. 뉴욕에 여행 갔다 온 사람, 살다 온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맛이기 때문이다. 뉴욕이 생각날 때 할랄가이즈 음식을 먹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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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드 샘플 대표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추천한 마카롱 가게 ‘헤르만쿠키’. 사진 타드샘플잇츠인스타그램

잇쎈틱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수익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수익 모델은 ‘소셜 다이닝’과 ‘씨네맛’이다. 소셜 다이닝은 신청자를 모아 외국의 음식맛을 그대로 내는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제공하고, 그곳 문화에 익숙해지는 경험을 하는 이벤트다. 씨네맛은 CGV와 제휴해 단체로 영화를 관람하고 영화 속에 나오는 음식을 즐기며 영화 속 배경이 되는 나라와 음식, 문화에 대해 현지 셰프나 대사관 직원과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3월엔 ‘시네마천국’을 관람하고 청담동의 레스토랑에서 만든 시칠리아식 파스타를 먹었다. 시네마천국의 배경이 시칠리아이기 때문이다.

샘플 대표는 “나폴리 파스타와 베네치아 파스타, 시칠리아 파스타는 완전히 다르다. 이제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아니라 정통 시칠리아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이 생겼다”며 “(미국인이라 차이를 잘 모르니) 이탈리아 현지인의 의견을 듣는다. 같은 나라의 음식 중에서도 지역별로 다른 점을 구별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싶다”고 했다. 박 공동창업자는 “소셜 다이닝은 2016년 9월부터 시작해서 20회째를 맞았고, 씨네맛은 6월 행사가 10회째다. 매달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진행해 영향력이 생겼다”고 했다.

앞으로 추진하려는 사업이 있다면.
“최근 ‘마이딜리셔스이벤트(@mydelicious_event)’라는 새 계정을 만들었다. 레스토랑에서 여는 이벤트를 홍보하는 계정이다. ‘타드샘플잇츠’ 계정에 올리는 건 무료지만 여기는 돈을 받는다. 음식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팔로하기 때문에 효과가 있을 것이다. 정통 외국 음식을 소개하는 푸드 페스티벌도 열고 싶다.”  

※ 이 기사 작성에는 김소희 인턴기자(연세대 경제학과 졸업)가 참여했습니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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