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석탄화력발전소는 미세먼지 발생의 원인으로 꼽힌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는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주원료인 석탄을 태우기 전 잘게 부수고 배합하는 수많은 공정을 거치는데, 각 공정마다 공기 중 떠다니는 부유물을 잡아내는 집진기가 설치돼 있을 정도로 미세먼지가 다량 발생한다. 석탄을 태워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NOx)과 아황산가스(SO₂)도 문제다. 이 유해물질들은 공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미세먼지로 변하기 때문이다. 초미세먼지는 입자 크기가 2.5㎛(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오염 물질로, 호흡기는 물론 피부로도 침투가 가능해 폐와 심장 등 인체에 심각한 피해를 끼친다.

제조업 공장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도 무시할 수 없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 제조업 연소 과정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는 pm10 5만9975t, pm2.5는 3만322t이었다. 이는 에너지산업 분야(pm10 4508t, pm2.5 3679t)에 비하면 각각 13배, 8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최근 미세먼지 문제가 심화되면서, 정부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대기오염물질 배출 규제 강화 등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에 업계·학계에서는 발전소와 공장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를 저감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모든 발전소와 제조업 공장에서는 집진기를 사용한다. 집진기는 공기 중 떠다니는 분진을 잡아내 제거하는 장치로 두 종류가 있다. 정전기로 분진을 모아 공기를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전기집진기, 부직포 필터를 사용해 불순물을 분리해주는 백필터 집진기다. 석탄화력발전소와 같이 규모가 큰 곳에선 전기집진기를, 중소 제조업 공장에서는 백필터 집진기를 주로 사용한다.

두산중공업은 전기집진기 중에서도 습식,건식 두 가지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집진기에 모인 먼지를 물로 씻어내리는 방식이 습식, 기계적 충격 등을 줘 먼지를 제거하는 방식이 건식이다. 미세먼지 제거 효율은 습식이 더 높다.

건식의 pm10 제거율은 99%, pm2.5 제거율은 95%지만, 습식은 pm10와 pm2.5 모두 99% 제거할 수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다른 국가에서는 활발히 적용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국내 대형 발전소에 습식 전기집진기가 적용된 사례는 없다. 건식 대비 설치 비용이 높기 때문이다.

백필터 집진기 분야에서는 최근 사물인터넷(IoT)을 결합한 ‘스마트 집진기’가 개발됐다. 국내 백필터 집진기 점유율 1위 업체인 에어릭스 제품이다. 지금까지는 직원들이 공정마다 설치된 수많은 집진기를 일일이 돌아다니며 필터 수명 등을 점검해왔다. 그러나 스마트 집진기를 이용하면 이러한 수고를 덜 수 있다. 에어릭스 측 관계자는 “기존 집진기를 폐기하고 새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센서를 부착해 성능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공정에 필요한 시간만 집진기를 작동시킬 수 있어 필터 수명도 늘어나고 전력 절감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백필터 집진기에 사용되는 필터의 소재와 기능도 발전하고 있다.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북분원의 장세규 선임연구위원팀은 재활용이 가능한 첨단 세라믹 필터 제조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필터는 사용 기간이 오래되면 미세먼지가 쌓여 필터의 기공(氣孔)이 막혀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 개발된 세라믹 필터는 재활용이 가능하다. 미세먼지는 350℃ 이상의 불로 태우면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되는데, 개발된 필터는 900℃에서도 타지 않는 ‘질화붕소 나노튜브’ 소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기존 필터는 섬유가 굵고 기공 크기도 커 pm2.5를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이번에 개발된 필터는 기공 크기를 조절할 수 있고, pm2.5를 99.9% 이상 제거할 수 있다.

앞으로의 관건은 이번에 개발된 필터를 백필터 집진기에 투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후속 기술 개발과 가격 경쟁력이다. 이 필터를 개인용 마스크 크기로 만들 경우, 재료비만 1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각 발전소와 제조업 공장에서 사용되는 집진기 크기와 유형이 다양한 만큼, 필터도 이에 맞게 변형해 제조해야 하는데 현 수준은 질화붕소 나노튜브로 필터를 만들 수 있는 기술만 개발된 것”이라며 “앞으로 후속 기술 개발과 대량 생산을 통한 가격 인하 등이 뒤따른다면 집진기에 충분히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 직원들이 직접 개발하기도

환경설비 전문 업체나 연구진이 아닌, 현장에서 직접 미세먼지 저감 장치를 개발한 사례도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지난해 10월 분진 방지 기술을 현장 설비에 적용해 미세먼지를 대폭 줄였다.

제철소의 경우 쇳물의 원료인 석탄과 철광석 등을 용광로에 연결된 컨베이어 벨트에 ‘리클레이머(Reclaimer)’라는 설비를 이용해 옮기는데, 이 과정에서 분진이 발생해 주변 환경을 악화시켰다. 이에 광양제철소 직원들은 현재 생산량을 유지하면서도 분진 발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리클레이머가 원료를 담는 부분에 살수 장치를 설치해 초기 미세먼지 발생을 최소화시켰고, 생산공정까지 운반하는 통로 곳곳에 방진망을 설치해 이동 중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최대한 차단했다. 그 결과 분진 발생 농도를 50% 이상 대폭 낮추는 데 성공했다.


Plus Point

고등어, 미세먼지 원인 맞다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고등어구이.

지난 2016년 환경부는 환기가 전혀 되지 않는 85㎡ 주택에서 고등어 한 마리를 구웠더니 실내 미세먼지(pm2.5) 농도가 대기 중 ‘매우 나쁨’ 수준인 100μg/m³의 23배를 초과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미세먼지의 원인을 고등어에 떠넘겼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제로 요리할 때 미세먼지가 다량 발생한다고 강조한다.

당시 이 연구를 주도한 이윤규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선임연구위원팀은 다양한 형태의 주택 30곳에서 재료 종류별로 조리할 때 미세먼지가 얼마나 나오는지 측정했다. 실험 결과, 오염물질의 발생량은 가스레인지, 인덕션 등 조리기기와 관계없이 음식 재료와 기름의 양에 좌우됐다. 고등어를 구울 때는 1m³당 2290μg, 삼겹살은 1360μg, 계란프라이는 1130μg, 볶음밥은 183μg의 pm2.5가 발생했다. 고등어를 구울 때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기름을 많이 두르고 고등어 자체에서 나오는 기름 양도 많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환경전문기구인 UNEP가 2016년 발표한 ‘건강한 환경, 건강한 인류’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한 해 1260만명이 환경오염의 영향으로 사망했는데, 그 중에서도 700만명이 대기오염에 의해 사망했다. 대기오염 사망자 중 430만명은 식사를 위한 조리과정에서 배출된 pm2.5 및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물질이 사망원인으로 꼽혔다. 보고서는 “가정에서도 세계보건기구의 미세먼지 등의 배출 권고치를 지켜야 하는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조리 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반드시 창문을 열고 환풍기를 가동해야 한다. 요리가 끝난 뒤에도 창문을 열고 구이·튀김은 15분, 볶음·끓임 요리는 10분 이상 자연 환기를 시켜야 한다. 조리 시 냄비, 프라이팬 등의 덮개를 덮는 것도 미세먼지 발생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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